집나온 남자들.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무턱대고 보았다.
코미디 영화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처음 몇 분간의 장면에서 이 영화는 어렵고 생각을 많이 해야되는 영화인가 보다 했다. 게다가 지진희가 나오고 처음보는 멀쩡하게 생긴 배우가 나오니. 그 멀쩡하게 생긴 배우는 2008년 똥파리란 영화를 만든 감독이었고, 아라한장풍대작전, 강적, 품행제로 등 적지않은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였다. 양익준 감독 겸 배우.
영화의 정체는 금방 탄로났다. 코믹.
그래서 지진희의 연기가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래된정원에서 연기하던 그 목소리에 코믹연기만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영화에 빠져들고 말았다. 게다가 지진희가 너무 웃겼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집을 나간 지진희 와이프를 지진희와 지진희의 친구(양익준)가 찾아나서고 그 와중에 생전 처음 듣고 본 와이프의 오빠(이문식)를 만나 셋이 함께 와이프를 찾으러 다니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셋은 친구다.
양익준은 지진희보다 어린데 친구. 게다가 양익준의 전 여친이 현재 지진희의 와이프다. 지진희는 이문식의 제부다. 그런데 셋이 친구다. 그것도 씨발,지랄, 병신 등의 친근한 말들을 서로 주고 받는 친구들. 또라이들.
지진희는 말끝마다 씨발놈아를 붙인다. 아주 친근하게. 하지마 씨발놈아. 그 중에 압권은 이문식을 양익준 큰아버지 한약방에서 훔쳐온 녹용으로 때릴 때 하는 말.
"봐! 루껜미! 씨발노마"
이 영화는 코믹영화다. 그런데 좀 새로운 것 같다. 주유소 습격 사건, 음.. 또 머 있었나. 암튼 이 영화는 몸으로 웃기는 코믹영화가 아니다. 모두 말로 웃긴다. 욕으로 웃기고 희한한 상황에서 희한한 말들로 웃긴다. 어떤 기자도 그러던데, 한국 코믹영화에서 말로 웃기는 건 처음인 듯 했다.
이 세명은 모두 또라이인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나랑 그다지 다르지 않다. 내가 또라이인가? 친한 친구들끼리 욕을 붙이고. 녹용으로 장난친고. 빤스에서 냄새난다고 티격대는 상황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는 모습이니까. 반성해야되나?
영화는 전체적으로 웃기다 마지막에 감동을 줘야한다는 한국 코믹 영화의 틀을 그대로 지켰다. 좀 아쉽기도 하지만 그렇게라도 아니면 어떻게 영화를 끝냈겠는가.
와이프가 집을 나간 드러난 이유는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것. 물론 와이프가 집을 나간 이유는 전혀 다른 이유였다. 하지만 지진희는 정말 자기 와이프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자살도 다단계경력도. 이 영화가 다 웃길때쯤 진정 될 것은, 나는 얼마나 주위의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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