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어제 방송의 제목은 외국인근로자특집이었습니다. 방송내용이 어떨런지 그런거와는 상관없이 일단 기분부터 상하고 말았지요.
외국인 근로자. 근로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근로자라는 말을 노동자라는 말보다 훨씬 좋아합니다. 자기를 노동자라고 부르면 깔보는 것 같고 천한 일이나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쁩니다. 근로자라 부르면 왠지 인정받는 사람같고 열심히 일해 성공하는 사람같은 느낌이 들겁니다.
근로[勤勞]. 한자로 열심히 부지런히 일함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勞動]. 역시 한자로 몸을 움직여 일함이라는 뜻입니다. 둘다 네이버 사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근로자는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고, 노동자는 몸을 움직여 일하는 사람입니다.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 왠지 좋아보이지만 역시 노동자입니다. 몸을 움직여 일하는 사람이니까요. 몸을 움직여 일한다는 말은 힘을 많이 쓰는 일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든 펜대를 돌리든 노동입니다.
근로자라는 말이 더 좋아보이는 우리들의 인식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아래 지난 시대가 만들어 낸 거짓입니다. 근로자.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 아껴쓰며 저축하는 알뜰한 어린이와 마찬가지이지요. 근로자는 열심히 일하는 화이트 컬러나 지식있는 사람을 부르는 말처럼 조장하고, 노동자는 일용직이나 못배운 사람들을 부르는 말로 조장했지요.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반감도 크게 작용을 했겠지요. 냉전시대가 있었고 우리는 분단국가이고 북한의 노동당과 공산진영의 노동당은 그 자체로 반감이었고, 물리쳐야할 것 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근로자라는 허울 좋은 말로 우리나라의 모든 노동자를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해서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을 하고, 야근은 기본이며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은 절대 물리쳐야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잠깐만 생각해보면 근로자라는 말이 얼마나 허구적인 줄 알 수 있습니다. 역사속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노동시간은 점점 단축되고 있습니다. 현재 법정근로시간이 40시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도 점점 줄어둘 것입니다. 유럽이나 미국국가들은 30여시간으로 줄었고 더 줄어드는 추세이니까요. 이 역사적 사실은 근로라는 말과는 정 반대의 경향입니다. 열심히 일해야하는데 하루에 일하는 시간을 법적으로 줄이다니요. 말도 안되는 일이지요. 우리가 근로자라 불리는 것을 좋아하고 근로라는 표현을 좋아한다면 노동시간단축에 대해서 격렬하게 반대해야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8시간 일해서는 도저히 먹고 살수 없는 분들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누구나 일을 적게 하고 먹고 살기를 원합니다. 남는 시간에 여행도 다니고 취미생활도 하고 가족과 함께하고 친구들과 만나고도 싶습니다. 하루에 6시간만 일하고 살수 있다면 정말 그러고 싶을 것입니다. 그럼 받는 돈이 적어지니 어떻게 하냐구. 당연히 그러면 안됩니다. 6시간 일을 하더라도 8시간 일하는 만큼 돈을 받아야지요.
이게 무슨 도둑놈 심보입니까. 왠걸요. 이건 역사적으로 그렇게 흘러온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도 유럽국가도 미국도. 그러니 적게일하고 많이 받아도 기업들은 잘 만 굴러갈 것입니다. 근로라는 말을 좋아해야 할 사람은 사장님들 회장님들 밖에 없습니다. 밑에 애들이 열심히 일해야 자기한테 들어오는 돈이 엄청 나니까요. 공장을 회사를 24시간 내내 돌리고 싶을 것입니다. 사람들을 더 많이 써서라도. 열심히 일하면 돈을 더 많이 준다면 혹시 모르겠습니다. 성과급의 폐혜정도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을 의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노동부가 있습니다. 근로부가 아니지요. 근로부라고 하고 싶었겠지만 그건 말도 안됨을 정부관료들도 알았나봅니다. 그런데도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근로자라고 부릅니다. 노동자가 아니라요. 노동자.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 모두가 노동자입니다. 불쾌한 것도 격떨어지는 말도 아닙니다.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것 뿐입니다. 외국인노동자라고 해서 후진국 사람들이 와서 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을 부리는 사장님들은 외국인들보고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에서 근로자라고 명명했을지 모르겠습니다.
1박 2일. 이 프로에서 외국인 노동자문제를 다루는 것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냥 재미만 있어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단어하나에서도 불쾌해지는 시청자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고 니네들도 모르게 사장님들의, 한국자본주의 정부의 선전물이 되고 있음을 알기를 바랍니다.
7 개의 덧글:
이 프로를 안봤지만 이웃블로거분들의 글에서 비판하는 글을 많이 봅니다. 새해 첫 시작을 왜 이렇게 시작했는지 모르겠네요~
아, 뭐랄까요...얼마전 크리스마스때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라면서 피켓을 들고 가두 행진을 하던게 생각 나네요.
그냥...마음이 짠했습니다.
@아빠소 제목에서 연상되는 모든 것을 뛰어 넘어 그냥 외국인데려다가 일상적으로 녹화한것처럼 밖에 보이질 않네요. 그나저나 이번에 덧글 다는데 문제 없으셨는지..
@바람노래 불법체류자 운운하며 70년대 우리 노동자 부려먹듯이 부려먹으니 참 간사한 자본이지요.
자본을 탓하기 보다는
급성장으로 인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성교육부터
따져야 하는게 답 아닙니까
간사한 자본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들의 의식이 잘못 되어 있다는거죠
간사한 자본이라 하시는데 그렇다면 전 세계의 모든 부자가 간사하게 사람들 뼈만 빨아먹고 사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6시간을 일해도 8시간처럼 일하고
결과도 만족하게 나온다면야
정신 제대로 박히고 인성 제대로 교육받은 사장들이라면 근무시간도 줄이겠죠
돈도 물론 문제입니다만,
그보다도 더 시급한건 사람 아닐까 싶습니다
근로자 노동자
한글자 한글자 따지고 보면
어디서 읽었는데 대통령이라는 말도 쓰면 안된다면서요
그런것들 부터 바꾸자고 외치시길 바랍니다?
글쎄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가요?
제가 이해한 걸로는 근로라는 말의 뜻이 '열심히 일함'이고 노동의 뜻이 '일함'이다. 근로 시간을 줄이고 피고용자들의 권리를 찾으려면, 일을 덜하고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으려면, '열심히 일함'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된다. 같은데요.
그 논리가 어디서 오는건지.. 언급하신 것처럼 윗사람들의 시커먼 속셈이 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있기 때문에 '근로'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통용되는 겁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그 사회적 배경이랑 관련없이 '노동자'가 불쾌하고 격떨어지는 말이 아닌,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근로자' 역시 님이 말씀하시는 사장님들과 시커먼 정부관료들과 관련없이 중립적 언어로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지 싶은데요.
그리고 근로=열심히 일하다 외국인 근로자=열심히 일해라 외국인들아 라는 사장님의 뜻 으로 해석하시는 건 지나친 비약인 것 같습니다.
저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법률을 찾다가 우연히 봤는데 핀트가 많이 어긋나 있는 것 같아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의도는 알겠지만 밟아가는 과정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로도 근로자라는 말은 외국 상류계층에서 노동자들을 까보는 어감으로 부릅니다. 그래서 인권단체는 외국인 '노동자'라고 부르고 불리우길 원합니다.
똑같은 말 아닌가? 하고 생각하지말고 바르게 불러주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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