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어쩔 수 없지만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종종생깁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화를 내거나 무덤덤하거나 초연하거나 하지만, 결국 그 시간에서는 해결될 수 없는 일들이지요.
결항된 UA항공의 승객들, 출처:cnn |
어쨌든 대서양을 횡단하지 못하고 멈춰버린 비행기는 다신 뜨지 못하고, 승객들은 다른 여객편을 이용해 시카고로 돌아가 호텔에서 묵고 다른 비행편으로 가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작년 가을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 저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보딩을 기다리고 있는데 출발시간이 넘어서도 보딩을 시작하지 않더군요. 30분정도 있다가 승무원이 기기에 문제가 생겨 점검하고 있다고요. 그런 어나운스가 5번정도 있고, 결국 출발시간보다 5시간 지나 기장이 나와 결항할 수 밖에 없다고 알려주더군요.
400명정도 되는 승객은 떠나지도 않은 한국에서 다시 입국심사(물론 출국취소)를 하고 가장 빠른 비행기로 예약을 한 후 항공사가 안내하는 호텔로 갔습니다. 저는 어차피 이렇게 된거 3-4일 더 놀다가 가자하고 3-4일 후에 떠나는 비행기로 잡았지요. 이런 경우 당일부터 10일안에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공항에서 버린 시간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약을 하는 데 한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가족이 화를 내면 따지더군요. 왜 그러나 들어보니 이분은 그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와서 미국을 가려는데 어제도 결항이 되어 출발하지 못해, 다시 예약한 비행기가 하필 또 결항이 되어버렸더군요. 화가 날만도 합니다. 여승무원은 어쩔 수없다고 설명하지만 그 말로는 화가 풀리지 않지요. 게다가 그 여승무원은 자기도 짜증나고 뭐 이런 사람이 있냐는 듯 퉁명스러운 태도였지요.
결항되어 받은 보상은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는 동안 먹은 저녁 만원짜리 식권과 해당항공사 홈페이지에서만 쓸 수 있는 100달러 할인쿠폰이었습니다.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은 호텔비용도 포함되겠지요. 사실 보상이라고 말하기 좀 힘든 내요이지요. 이 항공사가 좀 심한편이긴 한 듯 합니다. 예전에 이용하던 항공사는 비행기 냉장고가 고장나서 저녁을 못줬었느데, 그에 대한 보상을 $150달러 할인쿠폰을 줬었는데. 물론 이것도 해당항공사 홈페이지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지만.
비행기 결항은 대개 어쩔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특히 911이후로 온갖 테러위험에 결항결정에 화도 잘 못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결항에 따른 보상이라는 것도 형식적이고 꼭 필요한 것만 지원을 하는 것 같네요. 그래서 승무원들도 어쩔 수없는 일인데 뭘 그렇게 따지냐, 마치 이거 타고 가다 다 같이 죽을래하는 것처럼 떳떳한 반응들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원인이야 어떻게 되었든 결과적으로 그 비행기를 타고 갈수는 없는 일이지요. 저같이 할일없고 오늘가나 내일가나 하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할겁니다. 그런데 2번째 결항으로 묶여있는 그 승객분이나, 급한일이 있어 오늘 꼭 미국을 가야하는 분들, 부모가 돌아가셔서 헤엄이라도 쳐서 가고싶은 분들.. 400명이 넘는 승객중에는 온갖 사연이 다 있을 텐데.
안개가끼고 폭설이 내려 비행기가 못뜬다면 덜 억울하겠습니다만, 자체에서 하는 기기점검이 늦어진 경우나 조종사가 커피를 엎질러 결항이 된 경우처럼 지네들이 잘못해서 그런 거라면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어떤 분께서 폭탄을 설치해서 결항된다 하더라도 그 분한테도 화가나겠지만 그것도 미리 통제하지 못했냐며 공항이나 항공사에 화내는 것도 사람의 당연한 마음 아닐까요? 나는 꼭 가야 겠는데, 오늘 안가면 큰일 나는데, 마누라한테 혼나는데 어흑.
승무원님들, 결항되어 할일많아져 당신들도 짜증나시겠지만, 죄없는 승객들의 이런 억울한 마음을 헤야려주시길.
언제나 마지막은 질문으로. 커피엎지른 조종사는 짤릴까요?
2 개의 덧글:
아무리 그래도 승객보다 불편하고 짜증이 나겠습니까?
승객에게 좀 더 친절한 모습을 보이시면 좋을터인데 말이죠..
@선민아빠 옳소! 이쁘면 오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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