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그냥 풋볼로 쓰겠습니다)에서도 경기의 마지막 시간, 특히 마지막 2분은 이와 비슷한데 보다 특이한 묘미가 있습니다. 지난 주말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뉴욕 제츠의 경기를 보신 분들 중 풋볼을 잘 안보셨던 분들이라면 마지막 2분동안 스틸러스가 한 플레이에 대해 이해가 잘 안되고 뭐 저따구 시간끌기가 있냐 하셨을지 모릅니다.
이 마지막 2분은 경우에 따라서는 20분이 될 수도 있고 또는 0이나 다름없는 아무 의미없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경기시간을 통제하는 규칙때문인데요. 풋볼에서는 플레이가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경기시간을 흐르드록 놔둘지 아니면 클락을 멈출지가 결정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필드안에서 정상적으로 플레이가 끝난 경우 클락은 계속 흐릅니다. 예를 들어 러쉬를 하다가 필드에서 수비에 막혀 멈춘 경우, 패스를 받아서 필드안에서 멈춘 경우 등입니다. 반대로 필드밖에서 플레이가 끝나거나 정상적인 플레이가 아닌 경우 클락이 멈춥니다. 예를 들어 러쉬를 하다가 혹은 패스를 받아서 라인 밖으로 아웃오브바운드가 된 경우, 패스를 했는데 패스를 받지 못해 볼이 필드에 떨어진 경우, 플래그(파울)이 선언된 경우 등은 클락이 멈춥니다. 또한 타임아웃의 경우도 당연히 클락이 멈춥니다.
그래서 이기고 있는 팀의 경우는 4쿼터 마지막에가서 일반적으로 러쉬플레이를 많이 합니다. 플레이가 끝나도 클락이 계속 흘러 상대팀에게 공격권이 넘어가더라고 그 만큼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대팀이 타임아웃이 남아있다면 상대팀은 시간을 멈추기 위해 타임아웃을 불러 클락을 정지시키지요.
풋볼에서 2쿼터 4쿼더 마지막 2분은 자동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려 클락이 멈춥니다. 4쿼터 2분 남은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1. 만약 이기고 있는 팀이 공격권을 가지고 first down 공격이고, 상대팀이 타임아웃이 하나도 없다면 경기는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습니다. 공격은 10야드를 전진하기 위한 총 4번의 다운의 기회가 있는데, 각 플레이마다 40초의 준비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러니까 first down에서 공을 넘겨받은 쿼터백은 바로 무릎을 땅에 대어 플레이를 멈춥니다. 이 경우 플레이가 정상적으로 필드안에서 끝났기 때문에 클락은 계속 흐릅니다. 공격팀은 준비시간 40초를 다 보내 이제 클락은 최대한 1분 20초밖에 남지 않습니다. 공격팀은 2번째 3번째 다운 공격 역시 그렇게 펼치니 1분 20초라는 시간은 모조리 공격 준비시간으로 소모되어 상대팀은 공격권을 뺏아오기 위한 어떤 일도 할 수 없습니다.
2. 만약 상대팀이 타임아웃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타임아웃은 1,2쿼터에 3개, 3,4쿼터에 3개가 주어집니다.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풋볼에서의 타임아웃은 말그대로 time을 out 시키기 위한 의미가 큽니다. 작전시간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물론 시간이 멈추면 작전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기에서 타임아웃은 마지막 2분을 위해 잘 쓰질 않습니다. 1번의 예로 돌아가서 공격팀이 first down을 하고 플레이를 멈추면 상대팀은 곧바도 타임아웃을 부릅니다. 그러면 클락은 멈추고 남은 시간은 2분에서 몇초 밖에 흐르지 않았지요. 그러니 공격하는 팀의 쿼터백도 플레이를 바로 멈추지 않고 어떻게든 시간을 오래 끌거나 전진하려고 노력을 하지요.
3. 이제 지고 있는 팀이 first down 공격을 시작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제 플레이는 클락을 멈추는 방법으로 집중됩니다. 러쉬를 하더라도 러쉬하다가 라인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고, 패스플레이를 주로 노립니다. 만약 공격팀이 타임아웃이 있다면 플레이 후 클락이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면 타임아웃을 쓰게 됩니다.
4. 타임아웃이 없어도 방법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러쉬로 10야드 이상을 가 first down을 성공했는데 필드안에서 공격이 끝나 클락이 계속 흐르고 있다면, 공격팀은 최대한 다음 공격을 빠르게 만들어 공을 넘겨받은 쿼터백은 볼을 바로 땅에 스파이크 합니다. 필드안에서 플레이가 멈추지 않았으니 클락이 멈춥니다. 공격팀은 클락도 멈추고 다음 공격을 위한 40초를 번 것이지요. 물론 소중한 공격기회 한번을 잃긴 했지만 말이지요.
이처럼 마지막 2분의 플레이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연장될 수도 있고 아무 의미없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연장되는 경우라면 대부분 그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겠지요. 그래서 경기 내내 재미없다가 마지막 2분의 피말리는 싸움으로 명경기가 되는 경우도 많지요.
지난 스틸러스와 제츠의 경기도 마지막 2분에 제츠가 공격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훨씬 재미있는 경기가 되었을 것인데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마지막 2분에 세번째 공격을 시작해서 6야드 패스를 성공시켜 first down을 이끌어낸 스틸러스의 공격도 피말리긴 했지요. 그 패스가 실패했다면 남은 1분 50초의 시간은 제츠에게 돌아갔을 테니까요. 그래서 경기시간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6야드 패스를 받아낸 안토니오 브라운이 경기를 끝낸 플레이어가 된 것이지요.
풋볼은 알고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합니다.
2 개의 덧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 심리전이 대단하겠네요 이 글을 안읽어서 마지막2분의 묘미를 알지 못했다면 제대로 미식축구를 즐기기 힘들었을거에요ㅋ
확실히 축구의 시간끌기는 좀 지루한감이 있는데 미식축구는 긴장감이 백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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