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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21, 2010

김태원의 짐, 우리들의 짐

사람은 죽어서 이름도 남기지만, 누군가에게 짐도 남긴다.

전태일이 불속에 자기 몸을 전지면서 '내 죽음을 헛되어 하지 말라'라 직접 남에게 짐을 지운 경우도 있고, 아무말 없이 다른 세상으로 갔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짐을 지우는 경우도 있다.

어제 아내가 한 TV프로를 보면서 아주 슬픈 표정으로 '저 짐을 어떻게 지고 살아'라며 걱정했다.
그 말에 묘한 파장이 생겨 보게 되었는데, 이제는 예능인인가 김태원의 얘기였다.

<부활 3집 기억상실. 두번쨰, 세번쨰 사진이 김재기씨인듯>


내용의 주인공은 부활3집에 수록된 '사랑할수록'을 부른 故김재기씨이다. 1993년 돈도없고 삶의 의지도 그다지 없는 김태원에게 음악을 같이 하자며 찾아온 이가 김재기였다고 한다. 둘은 노래를 만들고 불렀고, 그 노래가 '사랑할수록'이다. 녹음을 한번 하고 그 노래로 데모테잎을 만들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던 어느 날, 당시 40만원 하던 김재기의 차가 견인되었다고 김태원에게 견인비용을 들고 나오라며 새벽 2시에 전화가 왔단다. 그런데 당시 김태원은 그만한 돈이 없었고 그렇게 미안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 다음날 다른 이에게 돈을 빌려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가 나 김재기씨는 다른 세상으로 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듣는 사랑할수록은 김재기가 딱 한번 부른 데모용 노래라고 했다.

김재기의 죽음은 그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김태원에게는 엄청난 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할수록'이라는 노래가 음악프로 1위는 물론이며 음반판매량면에서도 엄청난 결과를 낳았을 때 그 짐은 더 커졌을 것 같다. '나만 이좋은 세상을 살아도 되나', '재기가 원망하지 않을까' '내가 계속 노래를 불러야 하나'. 등등..

<부활의 리더, 김태원>


이런 사연을 듣고 요즘의 김태원을 보면 그 짐을 놓지도, 그렇다고 계속 매고 있지도 않은 듯 하다. 1993년 8월 11일 김재기씨가 죽은 날을 아직도 기억의 윗단에 쌓아두고 있는 걸 보면 그 짐은 여전히 김태원에게 있으나, 계속 노래를 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그 짐이 김태원을 짓누르지는 않는 것 같다.

김태원은 지워진 짐에서 자유로워진 것일까. 전설의 그룹(?) 부활의 리더라는 점이 그를 과대평가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태원은 그 짐에 눌려 허덕이지도 그 짐을 버리는 비겁함도 아닌, 짐을 짊어지면서 그의 삶을 살아온 듯 하다. 김재기씨가 죽은 날이 자신 인생의 전환점이라며 그 기억을 담으며 그가 못햇던 노래를 계속하면서. 그를 위해서 노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노래들이 그를 기억하게 만들면서 말이다.




어느날 한 사람이 아주 많은 이에게 짐을 지우고 떠났다. 그 죽음이 자신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가족에게도, 그를 죽을만큼 싫어해 그 죽음을 반가워하는 사람에게도, 그저 아무 생각없이 하루를 사는 사람에게도, 그를 좋아했던 사람에게도. 그 짐은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슬프게 만들었고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1년이 조금더 지난 지금, 죽을 만큼 그를 싫어했던 사람들은 그가 남긴 짐속에서 여전히 허덕이고 있어 핑계거리를 만들어 죽은 그를 괴롭히고 있다. 어떤이들은 진실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하고 있고, 어떤이들은 그를 기억하고자 한다. 또 다른 이들은 슬퍼하고, 어떤이들은 시간이 지난 후 복수를 꿈꾼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그 짐을 내려놓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지웠던 짐. 그 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은 무엇일까?

6 개의 덧글:

하늘엔별 said...

모두가 조금씩 짐을 덜어서 떠안았기에 그 분의 짐이 많이 가벼워졌을 거라 믿습니다. ^^;

무터킨더 said...

좋은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영감의새우깡 said...

지금을 돌아보면, 가끔 저 분이 너무 그립네요~

별다방미스김 said...

@하늘엔별 - 2010/08/21 15:51
아마 그분은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가벼워 하실 겁니다 ㅎㅎ

별다방미스김 said...

@무터킨더 - 2010/08/21 17:28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무터킨더는 뭘까요.

별다방미스김 said...

@영감의새우깡 - 2010/08/21 19:28
사실 저는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었는데, 영감님말씀처럼 그렇군요..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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