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킥 직후. 중계 카메라는 골세레모니를 잠시 보여주나 싶더니 한국을 응원하는 붉은악마에게로 갑니다. 가끔 잡히던 미녀(!) 붉은악마들이 잡히는 군요. 그런데 그 중 한 미녀붉은악마가 뭐라고 지저귑니다. 제가 그걸 해독할 능력은 없지만 아름다운 말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것도 강아지야, 송아지야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말이 아니라 서너구절이 이어 붙은 하나의 문장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쌧노란개나리꽃밭에서쌀알세다떨어진시뻘건복숭아씨발라드실분아!"
이런 느낌이었지요. 그런데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오심을 한 심판에게 하는 말인지, 헐리우드 액션을 한, 일본선수에게 하는 말인지, 그 중요한 순간에 파울을 한 한국선수에게 하는 말인지는 몰라도 암튼 저런 말을 뱉기 좋은 상황이었기에 속 시원한것이지요.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누군가는 아시안컵 **녀라며 이미 불렀을지도 모르겠군요. 지하철에서처럼 말이지요. 저는 정말 안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붉은악마신지 그냥 현지 응원단이신지 모르겠지만, 사비털어 바쁘신 시간내어 직접 경기장에서 열심히 응원하신 분인데 말이지요.
그리고 그 순간 축구를 보시던 많은 분들이 티비앞 욕설남/녀, 혹은 모니터앞 욕설남/녀가 되셨을 텐데요. 괜히 자기도 그랬으면서 고상한척 그러지 맙시다. 무슨 득되는 일도 아니니까 말이지.
잠깐 스쳐가는 그 순간 차라리 대리만족마저 느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저 아름다운 말은 경기가 진행될 수록 문득 문득 생각이 났지요. 연장후반 자꾸 드러누워 이불깔고 침대축구 하려는 일본선수들 볼때에, 일본 응원단 모습 비춰질 때, 심판 뒤통수 나올 때, 그리고 원투쓰리로 승부차기 모두 놓칠때,
"이런 쌧노란개나리꽃밭에서쌀알세다떨어진시뻘건복숭아씨발라드실분아!"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한참동안 저 아름다운 말의 여운은 계속 남아 있었지요.
정말 아쉽습니다. 후반 마지막 1분에 극적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켜 승부차기로 갔습니다. 분명히 분위기는 우리에게 있었지요. 그런데 어이없이 원투쓰리 꽝이라니. 축구공이 둥글기 때문에 이런 일도 있나봅니다. 일본골키퍼가 신들리기도 했구요. 51년 아시안컵 잔혹사는 이렇게 연장되나 봅니다.
아시안컵 우승못한다고 한국축구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숙선수들의 실력이 형편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군대 미필 선수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을 것이고, 대표팀이 마지막인 이영표 선수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박지성선수의 아쉬움도 컸겠지요.
아마 저 아름다운 말을 하신 여성 붉은악마의 이어지는 말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기죽지 말고 힘내서 다음엔 꼭 우승하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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