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조금 삐딱하게 생각해봅니다. 남격 멤버중에서도 암환자가 발견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암특집을 녹화하는 PD나 그 윗선 제작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조마조마'하긴 했을 겁니다. 정말 한명이라도 암이 발견되면 어쩔까하고. 그런데 이런 마음은 없었을까요. '암이 발견된다면'. 조마조마 하긴 마찬가지여도 PD는 아니더라도 그 윗선에서는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얘기입니다.
십수년전 양심냉장고 김영희PD가 생각납니다. 정지선을 지킵시다 첫 방송에서 장애인 운전자가 새벽에 정지선을 지킨 최초의 운전자가 되었던 일을 말이지요. 정말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면 전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양심냉장고의 시청률은 폭발을 하게 되었지요. 이건 김영희PD에게나 이경규씨에게 엄청난 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절대 예상치 못한 것이었지요. '많은 운전자중에 장애인이 첫번째 양심냉장고의 주인공일 확률'같은 것은 어느 속물 PD라도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했겠지요. 양심냉장고는 그 이후에 이경규의 끼가 발산되면서 재미와 공익성을 함께 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일밤에서 다른 프로는 안보더라도 양심냉장고만큼은 꼭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하늘이 준 선물은 비단 김영희PD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예능프로그램에게, 그리고 전사회로 이어졌습니다.
남격으로 돌아오지요. 저는 김태원씨의 암판정은 양심냉장고와 마찬가지로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태원씨 본인에게 가장 큰 선물입니다. '암'판정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겠지만, 초기 상태이고 수슬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그리고 수술이 끝나고 아마도 항암치료나 다른 회복치료를 하고 있을 지금에는 더없이 하늘이든 신이든 그 누구에게 감사하고 있을 것입니다. 조금 손이 오그라드는 표현으로 하면 더 오래 살아서 사람들에게 너의 능력을 베풀라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암세포가 있었던 사람은 그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재발확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초기 상태에서 치료하지 못하고 6개월 혹은 1년이 지난후에 발견되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 되었을 겁니다.
'암이 발견된다면.'하는 기대를 누군가 했다하더라도 결과론적으로 잘한일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김태원씨를 살린 결론이고 '정기건강검진'의 중요성과 '바른식생활'의 중요성 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것때문에도 아주 잘한 일입니다. 비타민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건강을 지켜라라는 취지의 방송을 많이 했지만, '암'에 대해 그것도 실제 방송에서 '암'이 발견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시청자들이 받은 충격은 아마도 김태원씨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나도 조심해야겠다는 각성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아직 방송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렇게 뜨거운 반응입니다. 아마 다음주 남격 시청률은 남격 역사상 혹은 해피선데이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남격의 인지도는 급상승했습니다. PD에게도 출연자들에게도 김태원의 위암은 너무나 큰 선물입니다.
이제 이 선물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궁금합니다.양심냉장고처럼 방송에 관계된 사람 뿐 아니라 전사회적으로 선물의 혜택을 줄 수 있을지가 궁금한 것이지요. 건강검진의 중요성. 올바른 식생활. 무엇인가 부족해 보입니다.
남격멤버들이 받은 건강검진을 받을려면 일반건강검진보다 훨씬 비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습니까. 온국민이 제대로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보험의 혜택을 건강검진에 좀더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은. 의료보험 민영화시대에 너무한 얘기인가요? 저는 정말 그런 결론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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