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씨가 소위 '젊었을 때' 진보색까지는 아니어도 야인의 색은 띄었다고 말해지곤 했는데, 이렇게 되고 나니 참 씁쓸하네요.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 새삼 놀라울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안타깝긴 합니다.
그의 한나라당 입당이 공식화되면서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먼저, MBC의 앵커였고 사장이었다는 점이지요. 특히 지난 2008년 촛불 그리고 미디어법과 맞물려 MBC를 살리자는 네티즌들의 운동은 MBC를 다른 방송사와 확실하게 구분짓게 만들어졌지요. 개념있는 방송, 개념있는 뉴스라는 소리를 곧잘 듣곤 했습니다. 게다가 엄기영씨 퇴임후 MBC의 행보는 눈에 띄게 KBS화 되었다는 점에서 역시 엄기영씨가 있었어야 했어라는 말이 나오게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앵커를 하고 MBC 뉴스데스크를 살려내기위해 적지않은 나이에 앵커로 복귀한 것도 바른말, 할말은 하는 앵커의 이미지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니 엄기영씨는 적어도 정권의 적까지는 아니어도 함께하진 않을 사람 처럼 보였지요.
둘째,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똑같은 일이지요. 똑같은 집단이고 합쳤다가 떨어지고 싸우도 화해하고 어느당에 있든 이나라에서는 그다지 차이를 못 느낄 겁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왠지 한나라당과 다르다는 것은 이 사회가 은연중에 인식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두 전대통령들을 배출한 당이니 지금 이정권에서는 한나라당과 비교가 안되는 서민편에 선 정당으로 많이들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엄기영씨가 정치를 한다면 민주당 아니겠느냐 한것이지요.
배신감이든 그저 안타까움이든 씁슬하긴 합니다.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를 위해 입당한 것이고, 민주당에서도 최문순 의원을 사퇴시키면서 보궐선거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 이네요. 이광재 전도지사의 당선과 도지사직 상실이 큰 이슈였던 만큼 민주당도 이대로 보고 있을 수 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김학재씨는 얼떨결에 국회의원이 되셨군요.
누가 이기든 투표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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