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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ugust 17, 2010

개념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운 것이다

개념이 없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개념이 없다', '개념차지 못하다'라는 표현은 요즘 대다수가 즐겨쓰는 말 중의 하나다. 예를 들면 개념없는 조전혁.

하지만 원조는 아무래도 군대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진정개념이 없던 이를 만난 군대 얘기를 하려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겪었던 일들.

군대에서 개념없다는 말은 어느 상황이나 맞지만, 따지고 보면 개념없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100일 휴가 복귀 때 사제 땡땡이 팬티를 입고 온 이등병은 개념이 없는 게 아니라 개념이 있고 용기도 있고 똘기도 있는 경우다. 사제팬티를 입고 오면 뒤진다는 것을 아는데도 용기내어 똘기를 부린 것.
질문에 대해 '아닙니다요'라고 말하는 후임병도 개념이 없다기 보다, 아닌 것을 아는데도 습관상 나온 말일 게다.

11월 중순에 입대하고 102보에서 3일을 지낸후 도착한 신병교육대는 강원도 어느 사단.
향토사단에서 승격된지 얼마되지 않아 신병교육 6주동안 신병이 지낼 건물이 부족했다.
그래서 연병장 한 귀퉁이에 24인용 텐트를 10동 설치해 한 소대당 2동씩 쓴다.

강원도의 11월이면 굉장히 춥다.
텐트안에 기름난로가 있지만 잘 때지도 않을 뿐더러 때도 그게 그거라 텐트안에서도 입김이 나올정도다.
텐트안은 일반 내무반처럼 반 딱갈라서 침상이 양쪽에 있고 가운데가 통로다.
밤에 침낭을 뒤집어 쓰고 자고 일이나면 발쪽은 얼어있는 느낌이다.

<저런 24인용 텐트를 내무반으로 만들어서 살았다>



지금은 헛웃음만 나오는 표현이지만 훈련병도 '꺽인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틀전.
우리소대 내무반장은 병장 3호봉, 부내무반장은 11월에 이병 말호봉, 12월에 진급한 일병.
이것은 행운이었다. 병장은 귀찮아서 갈구는 게 덜하고 이등병은 FM대로 하려 하나 갈구는 게 어설프다.
어쨌든 꺽인 훈련병들에게 조교들은 풀어주는 경향이 있다.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한다.
게다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내무반장은 가끔 들어와서 용기나는 얘기도 해주고 웃겨주고 가기도 했다.
부내무반장은 아예 우리랑 정겹게 놀 지경이었다.

12월 23일 저녁 청소를 끝낸후 9시 10분경. 내무반장이 훈련병들에게 온 편지와 하나의 소포를 들고 등장했다.
편지를 나눠주고 나면 또 웃겨주거나 분위기를 훈훈하게 할 요량임이 분명하다. 표정부터 밝았다.
편지는 문제가 아닌데 소포가 문제다. 훈련병에게 소포가 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고 오더라고 퇴소할 때 나누어 주기 때문에. 하지만 이 화목한 분위기에 그 깟 소포쯤.

내무반장이 소포를 문제의 훈련병에게 전해주면서

" 아버지가 옥편을 보냈다. 아버지 뭐하시냐?"
" 한약방 하십니다"
" 한자공부하라고 보내줬고만 하하"

하고 대화를 마무리 짓고 좌중을 돌아보며 '오늘도 수고했다'는 식의 말을 할려던 참이다.

" 제가 심심해서 보내달라고 그랬습니다"

.....



사람이 당황하거나 화가 나는데도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5초쯤 흐른 것 같다.
그 온화한 내무반장이 군화발 그대로 침상에 올라가 그 문제의 훈련병의 복부를 즈려밟아 넘어뜨렸다.
분위기는 실미도에서 나오는 조교들이 30연타로 애들을 밟는 것이었지만, 말년에 꼬이면 뭐된다는 생각이 번득 들었는지,

"심심해? 지금 심심하다고했냐? 이것들이 군생활 편하고만, 다 침상끝에 엎드려"

침상끝에 엎드리는것은 침상끝선에 배꼽을 대고 엎드려 손은 열중쉬어 자세를 하는 것. 허리, 배, 등, 허벅지, 장단지 안 아픈데가 없다. 통로가 넓지 않기 때문에 반대쪽 침상에 있는 사람들과 엇갈려 엎드렸고 우리들의 대가리들이 교차하고, 양사이드에서 나오는 신음소리와 땀냄새를 고스란히 맡아야 했다.

개념이 없다는 말은 저럴 때 쓰는 말이다.
저건 용기도 아니고 똘기도 아니다.
사실 그 친구는 훈련에서도 모자라지 않았고 기타 내무생활에서도 준수했다.
고문관 스타일이 전혀 아니라는 말.
즉 심심해서 보내달라고 한 것은 전적으로 전혀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정말이지 개념을 버리고
"이것들이 아니라 이것이 심심한 겁니다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점호시간이 1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뜻밖의 행운이다. 점호가 끝나면 소등하고 취침을 하기 때문에.
훈련병의 낙이라면 그것도 편지한장 올데 없는 훈련병들의 낙이라면 종교행사의 초코파이, 중대장이 선심써서 가능한 PX추진, 그리고 꿀맛같은 취침이다.
15분만 이러고 있으면 점호하고 달콤한 꿈나라로 간다.

점호가 끝났다. 소등을 했다. 부내무반장이 후레쉬를 켠다.
내무반장은, 이제 제대 3개월 남으신 병장님은 그런일로 취침시간에 막사에 오지 않는다.
뽀글이 해먹고 드라마를 봐야 하기때문에.

부내무반장,
"조용히 일어나서 어깨동무. 앉았다 일어섰다 100회"
숫자는 분대장이 나긋나긋하게 세기로 했다.
음..달갑진 않아도 100회면 뭐.
앉았다 일어났다가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게다가 어깨동무를 하고 하는 것은. 옆사람이 요령을 피워 구부정하게 앉으면 양옆사람은 더 힘들다.

100회가 끝났다. 땀 난다.
"100회 다시 실시"
덥고 힘들고 다리 아프다.

부내무반장은 우리에게 얼차려를 주고 있지만 자기는 신났다. 뽀글이를 먹으며 키득댄다. 별로 밉지는 않다. 우리에게 잘해준 편이다.
"다시 100회"
그래 300개쯤은 해야지.
"다시 100회"
500개쯤 시킬 작정인가? 어휴 힘들다 빨리 하자.

500회 끝난 후.
"온도가 19도까지 올랐네. 25도까지만 올리자"
텐트의 온도는 기껏해야 6-7도였다. 500개만으로 10도가 넘게 올랐다.
500개 더하면 25도까지 오를 것 같다.
800개를 했다. 25도가 되었다고 했다.

"1000개는 해야지" 죽을래.

1000개 했다. 27.5도란다.
나갔다 오더니 우리 텐트에서 불난 것 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단다.

땀은 비오듯 흘러 다들 입고있던 내복이 흠뻑 젖었다.
이제 침낭속으로 기어 들어가 자란다. 할렐루야.
땀이 그대로 있으니 침낭도 축축해 쳤다.

겨울에 땀 나게 운동하고 추위속에 머무르면 평소에 느끼던 추위의 몇배를 느낀다.
그 때가 그랬다. 외부 온도는 영하권.
텐트안의 27.5도의 온도는 금방 열을 뺏겼다.
침낭속에서 오들오들 떨면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침낭발쪽이 땡땡 얼었다. 땀이 그 쪽으로 모여 언듯하다.
텐트안의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와 코는 감기증상 100%였다.
일어나서 알통구보를 하고 훈련하러 나간다.
저녁에 왔더니 감기걸린사람 아무도 없다. 군대의 신비다.

정말이지 개념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제발 개념 좀 갖고 살자.

혹시 그 훈련병이 본다면 기분 나쁠 수 있겠다. 음.... 우린 동기인데 내가 나이 더 많다. 췟.

8 개의 덧글:

ragpickEr said...

ㅋㅋㅋㅋㅋ ^^*;;

정말..무섭지요..특히나 군대에서 개념이 없다는 건..

지뢰나 다름없는..ㅋㅋㅋㅋ

별다방미스김 said...

@ragpickEr - 2010/08/17 16:28
지나고 나니 별거 아닌 것을. 그 때는 그 놈을 죽일라고 했습니다. 하하

hsk0504 said...

잘 보고 갑니다^^ 예전 군생활 할때 있었던 아들 군번이였던 고문관 후임 생각나네요..ㅋㅋ

별다방미스김 said...

@hsk0504 - 2010/08/18 10:31
아드님께서 그러셔서 어휴. 뭐 지나고 나면이야 '그런일;도 있었었지 이지만요. 가끔은 웃음을 주는 고맙기까지 한. 이건 아닌가.

선민아빠 said...

군대에서 개념이 없단 말은 그래도 이해가 됩니다만 직장에서 조차 저런 말을 듣는건 짱나는거 있죠..ㅎㅎ

별다방미스김 said...

@선민아빠 - 2010/08/18 14:06
유행어가 되다 시피해 입에 달고 사는 듯 합니다. 그 말들을. 직장에서도 그렇군요.. 아직 직장경험이 없어서. 때론 그런 말들을 하는 사람이 그런 말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죠. 너무 짱나하지 마세요 선민이가 있잖아요 ㅎㅎ

류리 said...

군대에서도 개념이 필수~



하지만 사회에서도 개념 좀 챙겼음 하는 사람들이 ....



잘보고 갑니다

별다방미스김 said...

@류리 - 2010/08/19 12:30
군대에서 개념없는 사람들 없으면 이렇게 말할거리가 없을 지도 몰라요. 물론 지금 군대에서 개념없는 사람 옆에 있다면 추억은 개뿔! 이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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