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건강한지 태아가 건강한지 검사 하는 곳.
아기가 무사히 세상에 나오고 산모의 건강도 책임지는 곳.
그래서 당연히 분만실은 '필수'라고 여겼다.
피츠버그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와이프가 아기를 가지고 이쁜 딸이 태어났다.
산부인과를 다니면서 산부인과마다 분만실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 했다. 30평 남짓한 오피스에 분만실이 들어갈 공간도 없다.
분만실을 갖추기에는 규모가 작은 산부인과가 사실 많다.
하지만 각 산부인과 오피스들은 큰 병원에 연결된 분만실이 있다. 그래서 임신기간동안 체크업은 오피스로 가고 분만은 큰 병원에서 한다. 체크업 다녔던 오피스의 담담 의사가 당연히 큰 병원으로 와서 출산과정을 이끈다.
임신기간동안 알게된 사실 하나는 한국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와이프가 임신하기 전 기본 검사차 산부인과에 갔었는데, 시설도 좋고 꽤 넓어 보였다. 그런데 그 곳은 분만실이 없다. 분만실이 없을 뿐 아니라 임산부들을 잘 안봐준다고 한다. 그 곳 뿐 아니라 그런 곳이 한국에는 많단다.
이유는 돈이 안되기 때문에.
임산부 정기 체크업하는 것도 그렇고, 분만시 자연분만의 경우 병원에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단다. 초음파, 제왕절개 등 장비가 투여되고 왠지 고급기술이 요구되는 것 같은 검사나 수슬이 병원에 돈이 된단다. 그래서 한때는 일부러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를 권유하기도 했단다.
요즘도 사정은 비슷하다. 와이프 임신 기간동안
초음파 검사를 두번했다. 기형 아이위치등 필수적인 검사였다. 한국친구들에게 초음파 횟수며, 3D검사며 그런 것들을 들은 것이 있기에 의사선생님께 물었더니, 굳이 필요없으니 왜 하냐고 하신다. 정 하고 싶으면 하란다.
한국에서 3D 초음파라던가. 그걸 하면 태아의
손가락 발가락 얼굴 엉덩이까지 사진으로 찍어준단다. 물론 있을 게 다 있는지 정상적으로 있는지 검사하는 기형검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검사는 8개월 이후에 가능하다고 한다. 자기 딸이 그 검사를 기어이 했다는 한 사모님이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기형이면 그걸 안 낳을거야?"
사실 그 검사는 기형아검사라기 보다 사진 찍어 팔아먹으려는 장사속으로 보인다. 당연히 엄마, 아빠들은 태아의 사진을 찍는다는데 설레일 수 밖에 없고.
분만실
어제 MBC 뉴스에서 분만실 없는 산부인과에 대한 보도를 했다.4곳 중 1곳만이 분만실이 있고, 지방으로 갈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해진다고 한다. 그 지방에도 산부인과는 있는 데, 그것도 요실금부터 여성암까지 다루는 고급병원이면서 분만실이 없는 것이다. 저출산이 문제라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말로만 그러고 있나보다.
그래서 산부인과에는 엄마와 갓 태어난 아기들이 상상이 되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산부인과를 아기낳는 곳으로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나의 모자람 탓도 있겠지만, 아기받을 시간에 다른 치료하는 게 의사들의 주머니를 더 채워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산부인과는 다분히 상업적이다. 아니 산부인과뿐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한국의 의료보험제도와 역인 문제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는 의료보험민영화를(물론 다른 이유에서 주장하는) 주장하는 측에 빌미를 제공할까봐서이다.
12 개의 덧글:
뉴스에서 보긴 했지만 직접 들이니
앞으로 엄마가 될지도 모르는 입장에서 걱정스럽네요 ㅡㅜ
확실히 보통 부인들을 받는 부인과보다 임산부를 받는 산부인과쪽이 이윤도 적고 그 대신 책임부담은 더 크기 때문에 모두들 기피하는 것 아닐까요. 이는 굳이 의료민영화 이전부터 의대에서 치과, 안과, 성형외과를 선호하고 내외과, 산부인과는 기피하는 경향에도 뿌리가 깊은 것 같습니다.
현재 일본의 나라 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산부인과가 두 군데인가밖에 없습니다. 나라 현 내의 임산부들 대부분은 자기 집에서 반경 12키로 되는 곳에 임산부를 받는 큰 병원이나 '산부인과' 자체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두 군데 있는 산부인과 있는 병원도,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다른 병원으로 계속 환자를 돌리고, 결국 아이가 유산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 사는 임산부들은 산달이 되면 다른 지역으로 피신(?)을 한답니다. 사정이 이 지경이 되자 나라에서도 발벋고 이 지역에 산부인과를 개업하면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역시 수익은 적으면서 책임부담은 높기에 산부인과가 쉽게 생기지 않는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일보 나라현같은 일이 일어날까봐 심히 우려됩니다. 무턱대고 애만 낳으라고 닥달하지 말고, 안심하고 임신/출산/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으면 합니다.
상업적이라고 말하기 전에 왜 그렇게 될수 밖에 없는지를 살펴보세요.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하는 걸 싫어하겠습니까.
분만실 간호사, 신생아실 간호사, 밤에 당직의, 환자 식사 , 식당.
그 모든 곳을 다 운영하려면 지금 현재의 한국 의료체계로는 적자입니다.
적어도 한달 분만이 몇십건 이상되어야지 직원들 월급이 나오게 되어
있는게 한국의료시스템인데, 그런 고민은 왜 안해보시나요.
최소한 한달에 분만환자 5명밖에 안되도 그 환자들을 위해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진료할 수 있게 직원월급이라도 나오게 해야 할텐데
그게 안되는 현실에서 어떻게 상업적이라는 말을 할 수가 있나요?
원래 잘 모르는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 게 기본인데
그런 걸 모르네요.
1) 18주에서 24주가 임신 중기로 보는데
3D초음파는 이때부터 말기까지 어느때나 할 수 있습니다.
임신 5개월 7개월 때 3D초음파를 했다는 산모들도 수두룩한데
8개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허위사실을 써 놓은 점과 더불어
기형에 따라서는 미리 치료나 관리가 들어가거나
유산이 필요할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거는
산모와 남편이 아이 모습을 정확히 보고 싶다는 것에 있겠죠.
병원에서 강제로 하는 것도 아닌데, 부정확한 정보로
사진 팔아 먹는다는 건 좀 웃깁니다
2) 아기받을 시간에 다른 치료하는 게 의사들의 주머니를
더 채워주기 때문에 아이를 안 받는다는 건 그냥 피상적인 분석일 뿐이고
큰 산부인과가 아닐 경우, 아이를 받으면 받을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에
열지를 못합니다.
아이를 받을려면, 수술에만 최소 24시간 대기
산부인과 의사1명, 간호사2명 마취 의사 1명
아이를 돌볼 간호사 1명에다가 원무과 직원 1명이 있어야 하는 데다가
병실을 돌볼 간호사 1명 이상이 추가되어야 하는데
아이를 받을 때마다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아이를 안 받는다고 비난하는 건 무식한 거라고 봅니다.
잘 모르는 부분은 건들지 맙시다.
엉뚱한 비난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미국 여행 5박 6일 투어를 정부에서 강제로 100만원으로 만들어 버리면
비행기 좌석값에도 못 미치기에 여행자 1명당 적자가 발생하기에
조그만 여행사는 모두 미국 여행 가는 투어를 없애겠죠.
그런데 이런 사실은 모르고 여행사만 비난하고 있으면
바보 소리 듣는 겁니다
전라북도 블로그 전북의 재발견입니다.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인구가 여느 도시보다 더 많이 줄고 있는 고장으로서 매우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조근이 - 2010/08/05 14:42
아이고 엄마가 되기도 전에 이런 걱정부터 하지 마세요. 일단은 행복한 생각만!
@경희 - 2010/08/05 15:20
참 안타깝네요. 정말 출산률 출산률 하면서도 대책이라고는 없으니 한숨이 나오네요. 출산률이 국각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을 하면 국가가 좀 책임지면 안되나요? ^^;;;
@쯧쯧 - 2010/08/05 17:07
하하 제가 글을 잘 못 썼나 보군요.
먼저 8개월 이후에나가능하다는 3D 초음파는 기본 검사를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초음파검사를 2번 하는데 보통 4개월 7개월대 하는 걸로 알고 있구요. 태아의 상태를 보기 위한 것이지요. 그런데 글에서 쓴 것은 요즘 한국에서 막달이 가까워져 태아의 모습이 잘 잡힐 때 시행하는 그 3D 촬영ㅇ을 말한 겁니다.
그리고 아기를 받지 않는 산부인과 의사들보다 저는 국가에서 아무 대책없이 이러고 있는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분만실 없는 병원에 다니는 산모들을 큰 병원과 연계하는 시스템같은 것ㅇ르 마련할 수도 있지 않나요?
한가지만 물어볼께요. 피츠버그에서 따님 출산하는데 분만관련 비용이 얼마나 들었지요? 의술이고 인술이고간에 대부분에 있어서는 경제논리로 흘러간다는걸 모를정도로 세상 모르는 분은 아니실텐데...
@호망실 - 2010/08/05 22:22
자본주의 사회니까 경제논리로 흘러가는 건 당연하지요. 그래서 경제논리에 피해보는 사람이 나오는 거이구요. 저는 분만실 없는 산부인과 문제에서도 피해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구요. 그렇다고 산부인과의사들의 도의나 양심 그런것을 따지는 게 아닙니다.
의사분들도 그 만큼 고생하고 지금도 고생하고 있는데 그 만큼의 대가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고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해보는 사람들을 위한 어떤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조금이든 건강보험이든.
분만관련 비용 질문은 왜 하신건지? ^^ 다행이 와이프 보험이 있어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임신기간과 출산까지 합쳐 100만워 남짓 들었습니다..총 비용이 한국돈으로 2000만원 정도 나왔더군요. 보험이 없었으면 감당이 안되는 돈이지요.
여기서는 아이를 낳는데 필요한 경제적 여유가 안되면, 주에서 주는 보험으로 해결이 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아이와 엄마에 대해서 보험과 음식(한달 생활하는데필요한)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습니다.
그 보험도 못받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그 돈을 갚아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어찌보면 이게 더 옥쇠있구도 있겠네요.한달에 100불 혹은 200불 경제사정에 맞게 내는 것이지요.
저는 적어도 저런 제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북의 재발견 - 2010/08/05 20:07
오 전북! 우리동네도 재발견해주세요. 제 고향도 전주에서 가까운 촌동네입니다 하하 반갑습니다.
@wl - 2010/08/05 16:22
네 맞습니다! 제가 글을 너무 막썼나보네요. 다른 댓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의사분들, 직원분들을 탓하기 보다. 그 의료시스템이 문제이지요..
그래서 글 마지막 부분에 조심스럽게 살짝 '의료보헙제도'를 언급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의료보헙제도 문제 얘기만 했다하면 의료보험민영화 얘기가 튀어나오니까요. 정말 그것밖에 해결책이 없는건지. 저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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