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을 한지 3년정도 되었다가 엊그제 잠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1년 전에 한번 들어왔어서 엄청나게 오랜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만이라고 낯설은게 많더군요. 들어온 다음날 미국대사관 가는길에 광화문광장을 보고 제 아내가 그러더군요.
오. 여기가 중국인가!
못보던 빌딩들도 많이 생기고 버스도 달라지고 외국인 전용택시도 보이고.
이런 것들이 낯선거 보다 군대에서 휴가나와 전화받고 '통신보안' 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촌티를 내는 경우가 있더군요.
먼저, 엘리베이터 타고 내릴 때. 제가 영어를 무지하게 잘하는 것이 아니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루에 한번 씩은 하게 되는 'excuse me', 'thank you', 'sorry' 등등은 그냥 그 상황에서 저절로 나오게 되더군요. 통신보안하고 다를 게 없지요.
그래서 아파트나 상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앞에 사람이 있으면 어김없이 익스큐즈미가 나오더군요. 아..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저를 얼마나 재수없게 봤겠습니까요. 아니면 동남아출신으로 봤을지도 모르겠군요. 엘리베이터 뿐 아니라 길 가다 길이 좁아 엇비슷하게 갈때나 어쨌든 사람과 부딛쳐 양해를 구해야 할 때면 익스큐즈미가 막 나옵니다. 버스에서 내리거나 택시에서 내릴때는 땡큐 그러구요. 이제 한 5일되어서 지금은 아닙니다 ㅋㅋ
미국에서는 한국사람들과 길을 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그럴때 한국인이 많이 없어서 그냥 말을 합니다. 이를 테면 옆사람 패션이 좀 깰때 그냥 말합니다. 저색히 패숀 짱이네. 이러고요.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지요. 즉 조심성이 없습니다. 사생활에 대한 얘기도 막하구요. 옆 사람이 들고 있는 핸드폰이 이쁘면 이쁘다고 사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 버릇도 여지없이 나오더군요. 지하철을 기다리는 중 건너편 한 여성의 패션을 보고 내 아내 한마디 합니다. 물론 그사람은 듣지 못합니다. 건너편이니까요. 그런데 옆사람들이 듣습니다. 촌스럽다고 킥킥 거리다가 우리 문득 정신차리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옆사람들이 그랬겠지요.
그러는 니네는 옷 한번 잘 입는구나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아마 보행자 우선일겁니다. 보행신호가 아니어도 막 건너고 차들은 또 서줍니다. 신호등 횡단보도에서는 무조건 보행자가 우선이구요. 횡단보도가 아니어도 사람이 건널려 그러면 먼저 건너라고 손짓해 줍니다. 운전자 끼리도 마찬가지여서 좌회전이나 우회전 대기 차량아게 먼저 가라고 양보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처음에 저도 어색했는데 좀 살았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네요.
그런데 서울에 도착하자 마자 무섭듭디다. 3년전만 해도 저도 그렇게 운전하고 다녔을 텐데 모두들 경주용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듯 하고 끼어드는 차량은 절대 못끼어들게 하고 끼어드는 쪽에서는 일단 대가리 디밀고. 오.. (사실 5일 쯤 지나서 나도 좀 돌아오고 있습니다. 대가리 안디밀면 영영 못끼어들 것 같데요) 운전도 무섭지만. 골목길 지나다닐때 사람 무서워하지 않고 달리는 차들이 정말 무섭네요. 유모차 옆도 능숙능란하게. 차가 오면 사람이 무조건 멈춰야 한다는 것은 일찍 깨달아야만 했습니다.
둘쨋날 아파트앞 골목에서 한 아주머니가 짐가방 들고 길건너려고 하길래 멈춰서 손짓으로 먼저 가시라고 했습니다. 음.. 아주머니 쟤 뭔데 안오냐 쳐다보시고 뒤에서 쟤 뭔데 안가냐 빵빵대시고.
그래도 맛있는 것 많고 엄마아빠 있고 친구들 있고 30년 살아온 한국이 좋네요^^
12 개의 덧글:
오랫만의 한국방문 낯설지만 꽤 즐거우시죠? ㅎㅎㅎ
아, 한국오셨군요~~ 맛난 음식 많이 먹으시구요~~
@하늘엔별 - 2010/10/19 12:21
지금은 시차에 여기저기 인사에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이제 좀 즐겨야지요 흐흐 별님 맛집 잘 골라서^^
@선민아빠 - 2010/10/19 15:12
네. 1순위가 맛있는 거 많이 겁는 것이 올시다!
오랫만의 고국 방문하셨군요 ^^
좋은거 많이 보고..맛난거 마니마니 드세요~~ >.<
수원 안와요? 수원오면 맛난거 쏘셈
@조용발 - 2010/10/20 10:00
익스큐즈 어스, 대답플리즈~ 췟.
마지막 말 재밌네요 ^^
그 아줌마 쟤 뭔데 안오냐, 뒤차들은 쟤 뭔데 안가냐 ^^
@가람양 - 2010/10/19 19:08
감사합니다^^ 그러고 있는 중 흐흐
@조용발 - 2010/10/20 10:00
갈지 안갈지 모르겄다 ㅋㅋ 맛난거라...
@아빠소 - 2010/10/20 15:47
제가 좀 당황했었지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ㅠ.ㅠ
@조용발 - 2010/10/20 10:00
강남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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