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ular Posts

Tuesday, November 30, 2010

자이언트에서 순식간에 지나간 삼당합당, 그리고 노무현

자이언트가 근대의 이야기이고, 그리고 모두가 하는 근대사의 획을 긋는 많은 사건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물로 언급조차 되지 않는 이유는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이야기가 '복수'라는 탓도 있겠지만 그 중대한 사건에 대한 조명은 커녕 제대로 소개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쁘게 보자면 SBS 드라마의 낚시성 편집의 하나로 보일 정도로.

자이언트 58회에서는 총 60회를  통털어도 다 못 다룰 굵직한 사건들이 불과 몇 분만에 휙휙 지나갔다. 87년 민주화운동, 6.10항쟁은 드라마에서 지나간 일이라 치더라도 직선제를 공표한 노태우의 6.19선언, 그리고 3당 합당 등등.

무엇보다 맘에 안드는 것은 직선제에 관한 6.29발표 후 황태섭과 아이들이 '우리들이 해냈다며' 자축하는 모습이다. 물론 당시 실제 장면을 몇 프레임 삽입해서 국민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마치 직선제를 여당의 일부의원과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이끌어 낸 것 처럼 그려버렸다. 사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국민들을 위해서 그 어른신들이 일했고 좋아한 것은 아니다..


노태우의 6.29선언을 두고 정권의 국민에 대한 항복이며 민중의 승리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그 항복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최소한의 것을 내어준 것이라는 견해에도 힘이 있다. 6.29 선언에서 발표한 내용은 다음 8가지이다.
  1.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통한 1988년 2월 평화적 정권이양
  2. 대통령선거법 개정을 통한 공정한 경쟁 보장
  3. 김대중의 사면복권과 시국관련사범들의 석방
  4. 인간존엄성 존중 및 기본인권 신장
  5. 자유언론의 창달
  6. 지방자치 및 교육자치 실시
  7. 정당의 건전한 활동 보장
  8. 과감한 사회정화조치의 단행

물론 이 선언이 민중의 승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20여년이 흐른 지금에서 보면 1번과 3번을 제외한 나머지 6개 발표항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조차 불분명하기 까지 하다. 모두 모호할 뿐 아니라 암묵적으로 좀더 '민주적'이라는 것 외에는 딱히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20여년 동안 상당한 정치적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때 저 6.29 선언의 내용이 명확했더라면 지금 그 보다 더 큰 정치적 발전이 이뤄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평화적 정권이양은 그놈에서 그놈으로 평화적으로  수행되었다. 죽쒀서 개준격. 하지만 한번 터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그놈'의 정체를 금방 알아차렸고, 이에 위기를 느낀 노태우는 이른바 삼당야합을 이루게 된다.

삼당합당 이전 노태우는 호남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김대중의 평민당에 물밑작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대중이 꿈적도 하지 않자 김영삼의 민주당(통일민주당)과 김종필의 공화당(신민주공화당)을 끌어들여 야합에 성공한다. 이렇게 태어난 민자당(민주자유당)은 김영삼을 끝으로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하지만, 역시 한나라당으로 부활해버렸다.

김종필의 극보수성과 2인자 본성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고, 김영삼은 아무리 다음 대통령이 탐났다고 했기로서니 정말 분노할 만한 일이다. 한때 운동권이있던 사람들이 그것을 훈장삼아 국회로 진출하고 보수정치인이 되는 게 유행이라고 하나, 민주투사의 대명사라고 불리우던 사람이 그놈한테 붙어서 대통령이 되다니.


이쯤해서 생각나는 것은 자연스럽게 노무현이다. 삼당야합에 홀로이 반대한 '이의 있습니다'발언으로 어찌보면 정치인으로서 스타기질을 발휘한 때였다. 달리 보면 정치라는 것을 너무 몰라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그 감정을 참지 못해서 뱉어 버린 말일 수 있다. 그래서 떠오른다. 옳다 멋지다 진짜 정치인이다. 이런 말들을 해서 무엇하랴.


게다가 요즘 안상수가 노무현 전대통령을 생각나게 하는 기가막힌 퍼포먼스를 해준 덕분에 더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하하 안상수!


자이언트를 아주 재미있게, 정치성 없이 아주 재미있게 보는 데, 가끔 이런 재미까지 주다니. 고맙다 자이언트. 더러운 시대, 정치, 정경유착을 미화했다고 더 이상 욕하지 않겠다!

5 개의 덧글:

danceletter's me2day said...

trackback from: 별다방미스김의 생각
자이언트에서 순식간에 지나간 삼당합당, 그리고 노무현 자이언트가 근대의 이야기이고, 그리고 모두가 하는 근대사의 획을 긋는 많은 사건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물로 언급조차 되지 않는 이유는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이야기가 '복수'라는 탓도 있겠지만 그 중대한..

백전백승 said...

자이언트 재방송만 보지만 한번도 드라마를 보면서 역사 드라마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보면 역사 이야기가 하나도 안 나오니까요.

별다방미스김 said...

@백전백승 - 2010/12/01 09:51
처음엔 그냥 기대를 좀했었지요. SBS라 내용은 그렇다쳐도 근대사를 다루는 드라마라서요. 근데 근대사는 개뿔이. ㅋㅋ 그래도 재밌게 보고는 있습니다 ㅎㅎ

Anonymous said...

황태섭과 아이들이 '우리들이 해냈다며' 자축하는 모습이 다.

실제 드라마에서는 황태섭이 '우리 국민들이 해냈습니다.' 라고 말하며 자축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야당 국회 의원들이 이끌어낸 것 같은 뉘앙스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만..

별다방미스김 said...

그렇지요. 갑자기 국민들이 해냈다고 한 느낌 그것이지요.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