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로 국방부장관 이름이 오르내리고 나서야 그 사람 이름이 김태영인줄 알았다. 그러려니 했다. 김태영이라는 사람이 국방부장관이구나. 며칠 기사들을 보다가 안경쓴 국방부장관 사진을 보고 왠지 낯이 익었다.
'넌 누구길래 낯이 익는거냐. 무난하게 생긴얼굴이라 그런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별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국방부장관의 경력은 국가기밀사안이 아닌지 네이버 인물정보에 고스란히 나와있었고, 내가 그의 얼굴이 낯이 익는 이유를 금방 알려주었다. 현역시절 사단장이었다.
"직속상관 관등성명. 사단장 소장 김태영. 본부대장 개똥이 어쩌고.."
그랬다. 상병을 막달 때 쯤 사단장 교체가 있었고 새로온 사단장이 김태영 현 국방부장관이었다.
10년이 흘렀고, 그 십년 사이에 별둘 소장이 별넷 대장이 되었다. 강산이 변하는 10년을 감안한다해도 다소 빠른 승진이 아닌가? 사단장 이후 경력이 무지하게 화려하다. 화려하다기 보다 최적의 코스를 밟아 국방장관이 되었다.
<김태영장관>
육본근무->국방부근무->수방사령관->함참작전본부장->1군사령관->함참의장->국방부장관
사실 사단장 이후 제대로 간 것도 있지만 그 이전의 경력도 화려해서, 군대에 있던 우리들의 입에도 오르내렸다. 이미 사단장 시절 국방부 정책기획국 차장 국장등의로 일하고 있었고, 그 이전에도 국방부장관 보좌관을 했다.
그래서 군대에 있던 나는 군인의 신분에 충실하게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고 그만큼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승진하는데 필요한 더러운 것들때문이라고 생각할 여유는 군대에서 어디에도 없었다.
사단장을 존경한 진짜 이유는 그 사람의 됨됨이 때문이었다. 이전 사단장은 상당히 권위적이었다. 사단직할대 병사들이 모두 모여 하는 뭐냐.. 음.. 그 연병장에 모두 모여서 시상식도 하고 연설도 하고 하는 그거.. 새벽모임? 암튼 그 모임에서 사병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부관참모의 쪼인트를 깔정도였다. 사병과의 대화는 양쪽다 원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로온 사단장 김태영은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 일단 관사에서 출근할 때 걸어서 온다. 이는 사병들에게는 끔직한 일. 경례하는 것도 그렇지만 실수하나 했다가 꼬투리 잡히면 큰일도 보통 큰일이 아니다. 그런데, 두세명이 지나가다 출근 길의 사단장을 만나 목터져라 경례를 부치면,
"어 그래~" 하고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준다.
길옆 30미터 쯤 떨어져 있는 대공초소에서 경례를 부치면, 사단장은 몸을 휙 돌려 좀 더 큰 목소리로
"어 그래~" 하면서 손을 거세게 흔든다. 거리가 있으니까 잘보이라고 그러나보다.
어쩌다의 실수가 아니라 매일같이 그런다.
대통령이 권위적이면 공무원이 권위적이 된다는 현실을 실감하고 있듯이, 사단장이 권위적이면 그 부대는 권위적이 된다. 반대면 역시 그 반대로 된다. 사단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빠졌다는 말이지) 예를 들어 불필요한 아스팔트 물 청소, 나무 괜히 뽑아 자리 옮기기, 눈 이쪽으로 치웠다가 맘에 안든다고 다른 쪽으로 옮기기 등등.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능력도 있는데다 인간적이기까지 하니 얼마나 존경스러운가.
이번 천안함 침몰 관련 김태영 장관의 태도를 보면서 열받기도 많이 아쉬우면서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이를테면 마르크스의 인간성이 더럽고 가정이 평화롭지 못했다고 해서 자본론이 이론적으로 흠집이 나지 않는 것 처럼, 한 사람의 인간성이 좋고 훌륭하다 해도 그 사람의 생각이 옳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 특히 요즘같은 시대에, 권력의 꿀맛을 보고 사람에게는 좀 더 조심해야한다는것.
물론 별넷 대장이고 국방부장관이라하더라도 꼭두각시 역할이어서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행동할 지 모른다. 이글에서 나는 그사람을 폄하하거나 동정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아쉽긴하다. 기억속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고 그 기억들이 하나둘씩 없어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기에.
19 개의 덧글:
그렇게 정치라는 게 사람을 끝없는 구렁텅이로 몰아가나 봅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물들어 가는 게 정치가 아닌가 싶어요. ^^;
잘봤습니다.
제 아는 분도 김장관과 오랜 지인이신데 정말 존경할만한
인격과 매력을 가졌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이 정권은 싫지만 그나마 김장관이 되셔서
퇴보하는 국군의 위상을 더 높여 주시길 바랬는데,
장관이 정권의 흐름을 막지는 못하나 봅니다.
@하늘엔별 - 2010/08/19 06:26
정치라는게 일반인들이 생각하든 쉬운게 아니라고 몇번을 꼬아야 되는 거라고들 하는군요. 그럼 뭐합니까 몇번꼬아서 속터지게 하는걸. 에효.
@흠.. - 2010/08/19 10:44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죠.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능력가진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없는 것도. 김장관 한편으로는 참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게 사실입니다.
이명박은 인증샷까지 찍어주고,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에게 오뎅 같이 먹자고 하니 거기다 공식석상에서 불쌍하다고 눈물 찔찔 흘리니 너무 인간성 좋고 초고속으로 대통령이 된 능력있는 사람이다.
너무 단순한거 아닌가?ㅎㅎㅎㅎ
진짜 인간성이 좋은 사람은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책임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trackback from: 류리닷님의 믹시
군에서 개념은 정말 필수...제대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이글을 보니 공감 100배
@이래서 이미지 정치인이 뽑히는거다. - 2010/08/19 12:26
마지막말에는 공감합니다.
단순한게 먹히는 것이 어쩌면 현재의 정치판이라 생각합니다.
인증샷찍고 쇼하는 게 정치이고 어떻게 하면 그걸 쇼라는 걸 밝힐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정치이죠.
김태영장관에 대한 제 기억은 다만 아쉬울 뿐이죠. 하지만 사단장 시절의 기억은 쇼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23사이신가용? ㅎㅎ
@aa - 2010/08/19 13:18
사단장은 23사단장 밖에 하질 않았으니 ^^ 이거 기밀인가 혹시? 음.. 본부대였습니다^^
그런 인연이 있었군요. 어찌됐든 유임됐으니 정말 대한민국 군의 장관으로서 백년지대계 마음으로 국방개혁을 완수해 나갔으면 하네요
@아빠소 - 2010/08/19 14:31
인연이라.. ^^ 네 그냥 다른 거 다 떠나서 '군의 장관'이라는 직책에 충실했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잘 할것도 같은데.
사람은 누구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힘들던 군시절 좋은 사단장으로 기억되고 잇군요..
@정암 - 2010/08/19 15:50
조금 아이러니 한가요? ^^ 사실 좋은 사단장이라는 말 자체에 비약이 좀 있지요. 일개 사병이 사단장의 좋고 나쁨을 깊숙히 판단할 순 없으니까요. 아 CP병 말고.
잘못에 대한 책임도, 부끄러운 행동에 대한 반성도 없는 사람을 미화하는 글
의도가 뭡니까.
김태영은 스스로 국방장관을 물러나겠다고 호언하고 국회에서 막말을 일삼고도 이번 개각에서 버젓이 유임된 인물입니다.
@한반도주민 - 2010/08/19 17:35
미화한다고 느낄 수도 있겠네요.
그이 잘 못써졌는지는 몰라도, 오히려 저는 그사람의 인간성 때문에 근래에 그사람이 했던 말이나 행동이 정당화되거나 동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굳이 전투적으로 글을 쓸 필요를 못느껴 이렇게 쓴것이죠.
정치계에는... 권력 귀신이 살고 있어서..
사람을 홀려버리나 봅니다..
좋은 인연이 있으셨던 분인데.. 안타깝네요..
권력.. 정치...
이런것들이 무어라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들은 어디에 있으신지요...
답답한 마음뿐이네요...
@마이다스의 세상 - 2010/08/19 19:20
모두가 그렇게 되는 게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지 정치란게 원래 그런건지. 후자가 맞아야 그래도 세상살맛 나겠지요?
이를테면 마르크스의 인간성이 더럽고 가정이 평화롭지 못했다고 해서 자본론이 이론적으로 흠집이 나지 않는 것 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그가 너무 찰져 도저히 댓글을 안 달고 갈 수 없었어요. 북끄러운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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