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은 정말 편하다>
반대로 롯데는 홍성흔의 부상이 팀분위기를 활활 타오르게 해 거칠 것이 없는 팀이 되었다. 롯데의 4강은 결정적이라고 본다.
즉, 9월 2일과 3일에 벌어지는 롯데-기아의 광주경기는 그래서 4강 싸움에는 별 의미가 없다. 팀감독들의 입장에서도 한팀은 조심조심하면서, 한팀은 유망주들을 시험해보면서 경기하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다르다. 양쪽다 어느때보다 화이팅을 외치며 한손에 몽둥이를 다른손에 소주병를 들고 경기장을 찾을 기세다.
문제의 발단은 윤석민이었는데 이제 윤석민이 문제가 아니다. 홍성흔 손등에 던질때에는 홍성흔의 쿨한 용서로 롯데팬들의 마음을 다스렸다. 조성환의 경우도 윤석민이 곧바로 사과하고, 유동훈이 팀대표로 경기후 사과를 했으며, 윤석민의 어머니도 조성환 병문안을 직접 갔다고 전해진다. 4강 싸움이고 같은 투수가 팀의 두 기둥에게 사구를 던지고 둘다 병원행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쯤되면 열은 받아도 용서해줄만 하다. 어쩌면 롯데 팀은 용서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문제는 양쪽 팬들이다. 윤석민이 조성환 맞추던날 경기 후 기아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오면서, 김선빈이 롯데팬에게 폭행을 당했느니 최희섭이 롯데팬을 스파이크 신은 발로 찼다느니 하는 소리들이 나오면서 양팀의 팬들은 있는 욕 없는 욕 다하고 몇년전 사건까지 끄집어내고 난리다. 전라디언과 경상디언하면서 싸운다.9월 2일 광주경기에서 롯데선수다 버스를 불태운다느니 무등경기장 관중석을 폭파한다느니..
이 이일을 어찌할 것인가. 한때 엘롯기 동맹으로 뭉쳐있었고, 그 때문인지 롯데팬이 기아를 응원하고 기아팬이 롯데를 응원하는 일이 많았다. 나도 기아경기만 아니면 롯데를 응원한다. 어떻게든 무마하기 위해 선동렬이나 김시진 같은 투수출신 감독들은 사구가 투수에게 미치는 정신적 데미지를 설명하며 이제 그만 윤석민에 대한 감정을 자제해 달라고 하고, 그날 주심을 봤던 이는 윤석민의 실투였다고 선언하여 롯데팬들을 진정시키고 있다. 하지만 전혀 해결책이 아니다. 말했듯이 그날의 사건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친구이자 적. TV중계를 보면 이런 관계 참 많다>
어찌되었든 기아팬들이 할말이 적어야 되는 사건인데, 지금은 그냥 막 싸운다. 니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그럼 어떻게할까.
내 생각엔 야구는 야구. 야구장에서 생긴 일이니 야구장에서 풀어야 할 것 같다.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정말 재밌는 경기를 보여준다면 팬들의 마음도 좀 가라앉지 않을까. 그럼 좋은 경기가 뭐냐.
나의 바램은 9월 2일 경기에서 정말 양팀 선수들이 빡씨게 붙었으면 좋겠다. 감독의 작전, 번트, 고의사구, 원포인트릴리프, 시간끌기 이런 거는 하지 말고. 이런 것들도 야구의 묘미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런 거 나중에 하고. 투수는 있는 힘껏 던지고 타자도 있는 힘껏 쳐서 그렇게 볼거리 많은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WBC에 나갔을 때 처럼 그렇게 치고 던지고 하는 경기. 어찌보면 수준 낮은 야구이지만, 왜 H2 같은 야구만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신날것 같지 않나?
9회초 3-2로 기아 1점 리드하고 있는데 1사 1,2루에 이대호가 나왔다고 치자. 양현종이 미쳐서 그때까지 마운드에 있고. 이런 상황에서 롯데팬이든 기아팬이든 둘의 정면승부를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뭐 그런 경기를 보고 싶은 거다. 음.. 내가 보고 싶은 게로군...
양팀 팬들이 본의아니게(?) 흥분되어 있지만, 두 팀이 그렇게 좋은 경기를 벌인다면 야구를 좋아하는 그들인데 그런 경기를 본다면 좀 진정될 게다. 롯데팬들을 좀 더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롯데가 이기는 게 좋겠지만 일부러 져준다면 더 재미없는 노릇이고 그냥 아무나 이겨라.
앙금을 풀기를 원한다면, 제발 온힘을 다해 경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솔직한 마음은 롯데만큼은 앙숙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하하.
7 개의 덧글:
trackback from: #{玄牝}님의 믹시
저는 있죠. 윤석민이 너무 안타까워요. 이미지를 봐도 그렇지만 참 착하고 여려 보이는데, 공황장애가 얼마나 큰 고통인 지 아는데, 쉽게 낫는 병도 아닌데.. 거기에 우울증까지. 실력은 가히 메이저급 수준인데 도대체 운이 따르지 않는 윤석민이 왜 그렇게 안쓰럽죠?
롯데팬들의 심정에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이해하고 넘어가더군요. 꼭 말썽을 피우는 애들이 문제죠..지역감정 운운하며..
롯팬입니다. 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상황이 참 미묘하긴 했지만, 경기중에 일어날수 있는 상황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이긴 하겠지만, 서로 앙금을 털어버리고 야구를 즐길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언젠가는 정말 축제분위기속에서 롯데와 기아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아빠소 - 2010/08/28 12:05
네 분명 도 넘치게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제발 앙금 다 풀고 시즌이 끝났음녀 하네요^^
@거북이달려 - 2010/08/28 13:32
아 롯데와 기아의 한국시리즈. 최동원 선수 코피가 생각나는군요. 제발 그런 날이 오기를! 플레이오프때문에 쩔쩔매는 지금상황말고. 둘이 한국시리즈에서 붙으면 정말 대박일텐데요!
롯데 팬입니다.
하지만 별다방미스김님의 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물론 화가났지만 같은 선수끼리 선수의 생명에 지장갈일은 의도적으로 하지않는다는 것입니다.그리고 사과도했으니 기아랑 롯데가 경기에 전념했음합니다.
팬들또한 응원으로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양쪽팀모두
멋진 경기를 선사할테니깐요 정말 공감이 가는글입니다. 저도 아주오래전 해태타이거즈의 김봉연홈런타자때문에 야구를 좋아했어요 그때 저는 초등학생이 였거든요 그때는 기아팬이였죠 기아랑 롯데 모두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보고 싶은 한 야구팬입니다.
글너무 잘읽고 가요 ^^
위에 거북이 달려님도 잘아시는 분 ㅋㅋㅋ
@에테르 - 2010/08/30 22:50
롯데팬의 입장에서 홍성흔선수가 시즌아웃되고 조성환주장마저 아프다면 , 그것도 4강싸움하고 있는 상대팀 같은 투수에게 당해서 그랬다면 열이 받아도 무쟈게 받았을 거에요.
이해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 ㅠ.ㅠ
내일, 모레 화끈한 경기를 기대합니다^^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