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도전과제는 자격증이 아니었다. 자격증을 따면 특박을 준다는 대대장의 말에 특박을 얻는게 우리들의 목표였다. 게다가 시험 장소가 군대 내부가 아니라 어느 여중이었다! 중이 중요한게 아니라 '여'가 중요한 것이었고, 일단 위병소를 벗어나 어느곳이든 가는게 너무나도 설레는 일이었다.
행정병들은 키보드를 무쟈게 빨리 친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그다지 빠르지 않다. 물론 보통은 된다.
10년전 우리들의 평균은 아마 5-600백타정도. 이정도는 지금은 아무나 다 친다. 그냥 한글타자연습에서 타수빠르기로 대결하면 행정병들이 특히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잘 하는 것은 한글의 모든 단축기를 외우고 써먹는 것. 마우스가 필요없었으니까. 어느 혹독한 고참은 마우스에 손을 대면 손등을 후려 갈기기도 했단다. 발로 만지면 되지. 음.. 불러오기, 저장하기 같은 기본 단축키부터 문단복사, 글자모양, 스타일, 표편집에 필요한 단축기, 또 뭐냐. 암튼 온갖 단축기들을 쓸 수 있으니, 평범한 문서작성 말고 스타일도 있고 글자크기도 제 각각이고 들여쓰기 내어쓰기, 복잡한 표가 들어있는 문서의 경우는 일반인과 한참 차이가 났다.
한글자격증(이름을 정확히 모르겠다.) 실기 시험은 그런 문서를 만드는 시험이다. 제한시간은 초본 15분 수정 10분이었던가, 25분 혹은 30분 안에 문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마 아래 그림 같은 것.

<한글자격증 실기 시험 아마 이런것이었다>
수식도 있고 그랬던 것 같은데 어쨌든. 저것을 일반인이 30분안에 만들기는 쉽지 않았나 보다.
시험장소 여중 컴퓨터 실습실. 우리 한 15명과 일반인 10명정도가 시험을 같이 봤다. 아가씨도 있고 아저씨도 있고. 내 옆에는 어떤 아저씨가 앉았고 그 옆에는 내 후임이 앉았다. 시험 시작 종이 울리자 우리 육군 장병들은 키보드를 부서져라 타타타타타타타타. 한 5분 그런 소리가 났을까. 조용해졌다. 그저 다다다다 키보드 맛사지 하는 소리뿐. 간단히 점검을 하고 옆을 슬쩍 보니 그 아저씨 땀을 줄줄 흘리면서 반정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원래 실력도 만만치 않은데, 양 옆에서 군바리들이 그야말로 전투적으로 키보드를 부숴대고 있으니 더욱 긴장하셨나보다. 살짝 미안해졌다. 교정은 15분 후에 시작해야 하지만 우리들은 그냥 다 해치워버렸다. 뭐 감독도 소홀하고. 그래서 10분 조금 넘은 시간. 아마 우리들은 다 끝마쳤나보다.
남는 시간 우리 대부분은 인터넷을 했고, 혹자는 e-mail도 보내고. 혹자는 스타크래프트를 해서 2승을 거뒀다는 전설이.... 뻥.
우리들은 물론 다 합격했고, 3주에 나눠 특박을 나갔다.
아마 지금은 군대에서 더 많은 자격증을 따라고 격려하고 있을 것 같다. 장병들의 미래를 돕는다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고, 하급부대에서는 담당 간부의 승진과 관련이 있으니 엄청 격려를 할 게다.
특박이든, 미래든, 아가씨든(!) 군대에서 자격증을 따는 것은.무료한 군생활에 작은 즐거움을 주는 일이다. 내 경우는 시험당일 짜장면, 탕수육에 먹었던 빼갈 3잔과 특박이 가장 컸지만. ㅎㅎ
14 개의 덧글:
특박이 걸린 거라면 목숨을 걸고라도 해야죠. ㅎㅎㅎ
저희 형님이 군대 행정병으로 다녀오더니
한글을 갖고 놀더군요.정말 깜놀..
역시 군대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슈퍼맨들의
집단입니다 ㅎㅎ
ㅎㅎㅎ 저도 군에서 말년에 자격증 따러 시험보러 가는 길에;;; 당시 당직이며 저랑 친했던 O중사가;; "자격증은 임마.. 가서 나랑 은행이나 따자." 라며;;; 결국은 은행따러 갔습니다 그날 ㅠㅠ
아... 군대생활 생각나네요...ㅎ
토익시험을 보기위해 일과 끝나면 열심히 공부했었다는..
군대에서 자기계발을 너무 멋져요~~~
@하늘엔별 - 2010/08/26 09:40
ㅋㅋ 그렇지요? 휴가준다그러면 사시라도 패스할 분위기죠^^
@아이엠피터 - 2010/08/26 13:58
하하하 슈퍼맨들.... 음...그래도 다시 되고 싶진 않아요^^
@마이다스의 세상 - 2010/08/26 16:08
헉! 그런 일이! 은행을 털러가는 것도 아니고 은행을 따러. 제대할때 동침이라도 한방 매기고 나오지 그랬어요.
@해피노리 - 2010/08/26 16:17
오. 토익시험도 볼 수 있었나요? 그런건 정말 도움이 될듯도. 점수보다 영어공부가 되잖아요^^
@선민아빠 - 2010/08/26 18:00
글을 제대로 안읽으셨군요 ㅋㅋㅋ 자기계발이 아니라 짜짱과 특박 계발이지요 ㅎㅎ
제가 고향이 강원도인지라..ㅎㅎㅎ 군대는 정말 모든것을 가능케 하는 곳이군요 ㅋㅋㅋ
ㅎㅎㅎ ITQ ㅋㅋ 저도 오늘 보러간답니다.
군대에서 자격증따서 휴가받으러갑니다!
아래한글과목만 본다는..
@쉘리 - 2010/08/27 20:57
ㅋㅋㅋ 좋게 생각하면 군대이긴 하지만 가능한것만 시키는것 같아요 ^^
@Cantata - 2010/08/28 09:57
ITQ가 뭡니까. 여튼 꼭 따셔서 휴가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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