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봉사활동하면 왠지 불우한 이웃을 돕거나 질서유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마음에서 우러러 나와 봉사한다는 의비도 있고, 자신이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도 있고, 암튼 '고운마음'에서 나오는 활동으로 생각되었다. 농활을 오는 대학생들을 보면 일손 딸리는 농촌일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분명 다른 의도가 있었다 ㅎㅎㅎ).
나이가 들어가고 대학교도 다니고 이것저것 알게되고, 그리고 세상도 변하여 봉사활동이 단지 그런 고운마음에서 나오는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봉사활동을 의무화하여 성적에 반영하기도 하고 대학교에서도 그랬다. 그 의도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그러면서 함께 사는 사회를 느껴보라는 것이겠지만, 대리봉사도 나오고 사인봉사도 나오고 그랬다.
그제 KBS 뉴스에 G20 D-70일이라고 대학생 자원봉사활동에 관한 뉴스가 나왔다. 이것도 분명 봉사활동이라고 기자가 말한 것 같은데 아무리봐도 저건 봉사활동이 아니다. 영어로야 모두 volunteering이 되겠지만.
일단 엘리트들만 하는 봉사활동 같았고, 기사를 찾아보니 7:1의 경쟁률을 뚫고 60명이 선발되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미국에서 이거할라고 비행기타고 오신분도 있고 뉴스의 뉘앙스상 상당히 뛰어나신 분들만 있는 것 같다. 여러명의 면접관들 앞에서 면접도 보고.
방송에서도 거짓말 하지 않았다. '자기계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참여', ' G20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큰 의미'라는 인터뷰 처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봉사활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지만 봉사활동은 다른 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인 것 같은데 , 이번 경우는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단기 인턴쉽 프로그램 같은 것에 참여한는 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어보인다.
참여하신 분들을 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누구든지 자기계발을 위한 다양한 경로를 찾고 또 그래야 한다. 나의 불만은 방송에서 자원봉사라는 것을 그렇게 꾸며대는 것 같아 불만인 것. 그래서 안그래도 봉사활동에 대한 인식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그런 '건수'가 될 만한 봉사활동만 포커스가 맞춰질지도 모른다는 것.교회에서 하는 오지 봉사활동,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하는 대대적인 봉사활동. 이력서에 한줄 넣었을 때 도움이 될 만한 봉사활동이 오히려 더 가치있게 되는 경우가 허다해서 그런다.
KBS에서는 G20라는 행사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이고 젊은 대학생들까지 열성적으로 자원하여 봉사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방송을 보고 있으니 좀 씁슬해졌다.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해 2010년 한해만 1500여억원을 쓴다는 데 (관련기사) G20에 그 돈중 얼마가 들어갔는지도 궁금해진다. (사실 그 자금이 어떻게 사용될지도 심히 의문이다.)
그냥 좀 씁쓸해진다.